시간이란 무엇인가? 이는 철학에서 오랫동안 탐구되어 온 중요한 문제이다.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과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는 각각 독창적인 방식으로 시간의 본질을 해석했다.
베르그송은 시간을 양적인 것이 아니라 질적인 흐름으로 보며, 직관적 경험을 강조했다. 반면, 화이트헤드는 시간을 '과정(Process)'으로 이해하며, 우주와 존재의 근본적 특성으로 보았다.
이 글에서는 베르그송과 화이트헤드의 시간 개념을 비교하고, 각각의 철학적 배경과 현대적 의미를 분석해 보겠다.
1. 베르그손의 시간 개념: 지속(Durée)과 직관(Intuition)
1) 베르그손의 철학적 배경
앙리 베르그손(1859~1941)은 프랑스 철학자로, 과학적 시간 개념을 비판하고, 인간 경험 속에서의 '살아 있는 시간'을 강조했다. 그의 대표 저서인 《시간과 자유의지》(Essai sur les données immédiates de la conscience, 1889)에서 그는 시간을 단순히 공간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내적 경험의 흐름으로 보았다.
베르그손은 뉴턴과 칸트의 기계론적 시간 개념을 비판하며, 우리가 직접 경험하는 '지속(Durée)'이 진정한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2) 베르그손의 핵심 개념
① 지속(Durée): 시간은 연속적 흐름이다
- 일반적으로 시간은 시계로 측정 가능한 균등한 단위(초, 분, 시간)로 여겨지지만, 이는 물리학적 개념일 뿐이다.
- 실제 경험에서의 시간은 질적인 흐름이며, 하나의 순간이 다른 순간과 명확히 구별되지 않는다.
- 시간은 연속적으로 흘러가는 것이며, 과거와 현재, 미래가 서로 얽혀 있다.
② 공간화된 시간(Cartesian Time)의 비판
- 과학적 시간 개념은 공간화된 시간으로, 시간의 흐름을 단절된 순간들의 연속으로 본다.
- 하지만, 우리의 경험 속 시간은 수학적 점들의 연속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 흐름이다.
③ 직관(Intuition)과 경험
- 우리는 시간을 개념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해야 한다.
- 베르그송은 이를 ‘직관(intuition)’이라 불렀으며, 시간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직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예: 음악을 들을 때, 우리는 음표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감각적으로 받아들인다.
3) 베르그손 철학의 현대적 의미
- 심리학 및 인지과학: 인간이 시간을 인식하는 방식은 단순한 물리적 시간과 다르다는 점에서 베르그송의 개념이 유용하다.
- 예술과 문학: 지속의 개념은 영화, 음악, 문학에서 내러티브와 감각적 경험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 된다.
2. 화이트헤드의 시간 개념: 과정과 사건의 연속
1) 화이트헤드의 철학적 배경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1861~1947)는 영국 출신의 철학자로, 과정철학(Process Philosophy)을 창시했다. 그의 대표작 《과정과 실재(Process and Reality, 1929)》에서 그는 세계는 정적인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는 과정과 변화 속에 있다고 보았다.
2) 화이트헤드의 핵심 개념
① 과정철학(Process Philosophy): 존재는 정적이지 않다
- 기존 형이상학(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등)은 세계가 변하지 않는 '본질'을 가진다고 가정했다.
- 그러나 화이트헤드는 존재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 즉, 우주는 완결된 실체들이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형성되는 사건(Event)들의 연속이다.
② 시간과 사건(Event)의 개념
- 화이트헤드에게 시간은 개별적인 사건들의 연속이다.
- 모든 존재는 시간 속에서 형성되며, 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
- 이를 통해 우주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과정이 된다.
3. 베르그손 vs 화이트헤드 철학 비교
| 구분 | 베르그손 | 화이트헤드 |
|---|---|---|
| 시간 개념 | 지속(Durée) – 연속적이고 유기적인 흐름 | 과정(Process) – 사건의 연속과 변화 |
| 존재론 | 시간은 내적 경험 속에서만 이해 가능 | 시간은 우주의 본질적 속성 |
| 방법론 | 직관(Intuition)을 통해 시간의 본질을 파악 | 논리적이고 구조적인 분석을 통해 시간 이해 |
| 세계관 | 개인의 경험을 강조 | 우주 전체의 과정과 상호작용을 강조 |
| 변화 개념 | 내적 흐름의 연속성 | 사건들의 연결과 창조적 발전 |
| 현대적 적용 | 심리학, 문학, 예술, 인간 경험 | 과학, 환경철학, 시스템 이론 |
4. 결론: 시간은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 경험과 과정이다
베르그송과 화이트헤드는 각각 시간을 '지속적인 흐름'과 '과정적 사건'으로 이해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오늘날 우리는 시간을 단순한 물리적 개념이 아니라, 경험과 변화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베르그손과 화이트헤드의 철학은 시간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